온실가스 줄이기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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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탄소발자국' 확인하고
지구살리기 실천에 적극 나서야"
안병옥 <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파리 총회의 목표는 2020년 이후 시작되는 새로운 기후체제의 내용에 합의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후체제에서는 교토의정서와 달리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
작년 말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당사국총회에서는 현재보다 강화된 감축목표 제시를 촉구하는 등 국가별 기여방안(INDC) 작성지침을 구체화했다. 한국은 늦어도 오는 9월 말까지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들은 한국에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국가에 걸맞은 감축목표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바빠진 것은 정부만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작년 9월 21일 미국 뉴욕에서는 시민 30여만명이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가두행진에 참여했다. 석탄 관련 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민간단체들의 캠페인도 탄력을 받고 있다. 미국의 록펠러형제재단과 스탠퍼드대, 세계교회협의회, 노르웨이의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 등 석탄 산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기관들의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이 회수하겠다고 밝힌 투자액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약 500억달러에 달한다.
종교계도 적극 나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6, 7월께 기후변화에 관한 회칙을 발표할 계획이다. 회칙은 교의, 윤리, 사회문제와 관련해 교황이 세계 가톨릭교회에 보내는 교서다. 교황은 지난 1월 필리핀 방문 기자회견에서 파리 총회의 각국 대표들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자신의 회칙이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기독교계는 의식주 생활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사순절 ‘탄소금식’ 캠페인을 시작했다.
탄소 감축은 부담과 기회를 동시에 수반한다. 부담은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기회는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돼야 한다. 우리는 삶의 모든 과정에서 에너지를 소비한다.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쓰는가에 따라 ‘탄소발자국’의 크기가 달라진다. 탄소발자국이 크면 클수록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몫이 크다. 탄소 감축의 기회는 새로운 시장의 생성, 경쟁력 강화, 에너지 비용 절감, 건강 증진 등의 편익으로 나타난다.
시민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의 주체다. 시민의 적극적인 행동은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할 수 있는 윤리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오래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시민들이 탄소발자국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계층, 직업, 공간별로 세분화된 감축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탄소배출량을 10%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였던 영국이나 ‘1t 줄이기’에 많은 기업과 시민이 참여하고 있는 덴마크와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도 작년부터 ‘온실가스 1인 1t 줄이기 국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목표가 명확하고 감축행동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캠페인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잘만 하면 새로운 형태의 국민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1인 1t 줄이기는 목표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가늠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탄소발자국을 안다는 것은 감축행동의 우선순위를 가릴 수 있는 나침반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탄소발자국을 통해 우리는 나의 선택이 내 자신과 지구를 위해 좋은 것인지 질문하는 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민관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관이 지구살리기 캠페인을 위로부터 아래로 이식해왔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